인사말

Home > 게시판 > 정범구의 생방송 오늘

제목 [칼럼] <지하철에서> 세상을 개탄할 뿐 / 홍세화 -4월 9일 방송 등록일 2015.04.14 03:11
글쓴이 (주)라디오방송오늘 조회/추천 3849/11

세상을 개탄할 뿐

-홍세화

2015년 4월 9일 뱡송<다시듣기>


 “제3자에 관해 말할 때는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있다고 상정하고 말하라!”
 제 외할아버지가 제게 남겨준 많은 가르침 중의 하나입니다. 저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 가르침을 따르기에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했습니다. 제가 평소 말이 많지 않은 데에는 본디 숫기가 부족하고 소심한 탓도 있지만, 외할아버지의 이 가르침도 영향을 미쳤을 듯싶습니다. 두세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이 화제에 올랐을 때 사람들은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있다면 쉽게 할 수 없는 말들을 아주 편하고 쉽게 주고받습니다. 대부분은 좋은 내용을 얘기하기보다는 부정적인 얘기를 많이 합니다. 그리고 부정적인 얘기에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로 정리되고 화제는 다른 사람으로 넘어갑니다.


 여기서 이런 질문을 한번 던져 보면 어떨까요? 그 자리에 없는 사람에 관해 우리가 쉽게 말하는 모든 말들의 총합이 우리들 하나하나에게 돌아오는 몫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 말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런 게 아닐까요? 그 자리에 없는 사람에 관해 내가 부정적으로 말한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 되어 되돌아온다는 점 말입니다. 아주 훌륭한 사람에게도 단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단점에 대해 그 사람에게 직접 지적함으로써 그 단점을 고칠 수 있는 기회는 갖게 하지 않고 뒤에서 떠들기만 한다는 것입니다. 단점은 그대로 남고 말만 많은 것이지요.


 저는 외할아버지가 제게 남긴 이 가르침을 제3자가 아닌 세상에 관해 말할 때에도 그 의미를 확장해서 적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자주 세상에 대해 개탄하는 말을 합니다. 실제로 세상은 정의롭지 못하고 뻔뻔한 자들이 설쳐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세상에 대해 개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거기서 그친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세상은 바뀌지 않으니 우리는 세상에 대해 개탄만 하는 것입니다.


 2015년을 맞아 교수신문은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사자성어로 선정했습니다. 손가락으로는 사슴(鹿)을 가리키고 입으로는 말(馬)이라고 말한다는 뜻입니다. 저에게 이 말은 권력과 금력을 업은 거짓 세력이 판치는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는 말로 다가왔습니다. 어느 시대나 말하는 자는 힘을 가진 자들입니다. 우리는 힘 가진 자들이 뻔뻔하게 거짓을 말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중국의 루쉰의 말을 빌려와 거칠게 말하자면, 몽둥이로 맞아야 할 세력이 몽둥이를 휘두르고 있는 지경이라고 할까요.


 이렇게 뒤집힌 세상에서도 이 세상에 대해 개탄하면서 나 자신을 지킬 수는 있습니다. 오래전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요, 내 육신을 가두고 죽이더라도 내 영혼을 거두거나 죽일 수는 없다고 말입니다. 이 역겨운 세상이 내 시야를 더럽히고 내게 구토를 일으킬 수는 있을지라도 내 영혼을 더럽힐 수는 없다고 말입니다. 단, 지금은 어쨌거나 반대파를 가두고 고문하고 죽이지는 못할 만큼의 민주화된 시대이므로 우리가 세상에 대해 개탄하고 불평하는 말을 쏟아내도 큰 위험이 따르지도 않습니다.


 실상 오늘날처럼 거침없는 욕망의 시대에 나를 지킨다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 과제입니다. 하지만 나를 지킨다는 것은 내가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을 때 기득권세력에게 기울어진 세력관계는 변화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 세상을 개탄하며 스스로 깨어 있다고 믿는 우리 자신의 지적인 우월감, 윤리적 우월감을 계속 다독거리며 살지 모릅니다.


 가령 우리는 이웃을 설득하는 일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지요. 세상을 개탄하긴 쉽지만 개탄스런 세상을 바꾸기 위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인 이웃을 설득하는 일은 어렵기 때문에 하지 않고 있는 게 우리의 모습 아닐까 싶은 것입니다. 이 땅의 기득권 세력이 뻔뻔할 정도로 사익만을 추구하는 집단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실제로 우리 눈에 그들은 사익만을 좇는 뻔뻔한 세력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표를 주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사익만을 좇는 뻔뻔한 자들이라고 설득하는 일, 그래서 그들에게 표를 주지 않도록 설득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제3자가 없는 자리에서 그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를 하기는 쉽지만, 그 사람의 면전에서 그 사람의 단점을 직접 말하고 고치도록 충고하는 일은 잘 하지 않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그렇게 우리가 개탄만 하고 있을 때 기득권세력 쪽으로 기울어진 세상은 변하지 않아 거짓된 세력이 계속 우위를 점하고, 정의와 진실은 계속 억압, 은폐될 것이고, 불의와 몰상식, 뻔뻔함은 계속 대세를 이룰 것입니다. 섬세한 눈으로 바라보면, 우리의 개탄에는 오만은 담겨 있을지언정 겸손은 비어 있습니다. 우리 또한 우리가 개탄하는 세상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그렇습니다.


 변화의 가능성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그 길은 우리 자신의 ‘오만에서 겸손으로의 변화에서 비로소 열리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에게 겸손함이 비어 있을 때 우리는 변화하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 변화의 가능성을 닫아버린 만큼 이웃을 설득하는 어려운 일도 포기한 지 이미 오래일 것입니다. 그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 그 사람의 단점을 얘기하는 것보다 그 사람에게 직접 단점을 말하여 고치도록 하는 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오듯이, 뻔뻔한 자들이 설쳐대는 세상에 대해 불평하고 개탄하는 것보다는 그런 기득권 세력에게 표를 주지 않도록 가족과 친척, 동료와 이웃의 한사람이라도 설득하는 사람이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지하철에서> 4월 16일에 / 홍세화 -4월 16일 방송

<지하철에서> 나눔과 분배 / 홍세화 -4월 2일 방송

<지하철에서> 생각하는 사람 맞나요? / 홍세화 -3월 26일 방송

Cheyenne (2016.07.27 10:59)
Sometimes it is more efficient to express our compassion corporately, whether by worship community, by civic organization, or through the legislative process. However this in no way replaces our individual expressions of cooarssion.rfullep@cainsquestion.mrg 삭제
Neveah (2016.07.28 00:33)
Thanks for your <a href="http://eflryobddm.com">thguohts.</a> It's helped me a lot. 삭제
Navid (2016.07.29 20:23)
I hate my life but at least this makes it <a href="http://wrytiuwu.com">beebarla.</a> 삭제
글쓴이    비밀번호   
보이는 순서대로 문자를 모두 입력해 주세요
* 600자 제한입니다.

회원가입    아이디/비번찾기

 아이디저장     비밀번호저장

  • 클럽소개
  • 인사말
  • 인사말
  • 인사말
  • 정보마당
  • 가입인사
  • 갤러리
  • 보도자료
  • 유럽후기
  • 미국후기
  • 클럽운영
  • 가입인사
  • 가입인사